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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 무렵일 떄 이야기.
이전에 살고 있던 마을 어귀엔 흉가가 한채 있었다.
2층 아파트 같은 건물로, 콘크리트 벽이 너덜 너덜해질 정도로 오래된 곳이었다.
유리도 대개 금이 가 있고, 회칠도 군데 군데 벗겨져 그야말로 흉가라 할만한 곳이었다
근처 마을 사람들도, 그 흉험한 모습에 낮에도 가까이 오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담력 시험의 일환으로 그 흉가에 갔다와야만 했다.
조금 꺼름칙 했지만 당시 시간이 한낮이었기에, 나와 친구는 건물 2층까지 올라가 내부를 탐색해 보기로 했다.
외부나 1층에선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그러다 2층에 올라가 복도를 둘러보던 중 2층 방문 중 하나에
글귀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친구랑 같이 근처에 다가가 확인해 봤더니, 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 나는 이 방에 있어」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선 나는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문을 열고 약간 어두침침한 방안으로 들어섰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어느 새 우리 앞을 벽이 가로 막았다.
낙담한 나는 그냥 돌아가려다가 벽에 적힌 또 다른 글귀를 보게 된다.
「 나는 옆 방에 있어」
조금 무서워졌지만, 글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조금 좁은 복도 양측으로 방이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벽엔
「머리는 이쪽, 몸은 이쪽」
친구는 이걸 본 순간, 큰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나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그리고 용기를 내소 오른쪽 방문을 열어 보았다.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내 맞은 편 벽에 크게 적혀 있는 글자와 화살표
「 내 몸은 이 아래 있어」
화살표를 따라 바닥을 보자 거기엔
「이 방으로 내 머리가 오고 있어, 뒤돌아 보지 마」
글자를 확인한 나는 머리속이 새하얘져 그 방 창문 바깥으로 뛰어 내렸다.
그리곤 아픈 것도 모르고 미친듯이 도망쳤다.
나는 이 후 그 장소엔 다신 접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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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남자가 사는 곳은 평범한 아파트지만, 이따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커텐의 형태나 쓰레기통 위치 같은 게 미묘하게 변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최근 들어 다른 누군가의 시선까지 느껴지는 나날,
이에 기분이 나빠진 남자는 친구에게 이 일에 대한 상담을 했다.
남자
「혹시, 스토커일까? 경찰 신고가 제일 좋을 것 같지만. 실제 피해가 없으면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다던데.」
친구
「캠코더 촬영같은 걸 해보면 어때? 만약 진짜 스토커가 있다면 증거품이 될테니 경찰도 납득할 거야」
친구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과 비디오 카메라를 빌려 주기까지 했다.
이에 힘입어 남자는 바로 캠코더 카메라를 설치했다.
다음날 아침 나가기 전 녹화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409
나갔다 돌아온 남자는 더욱 초조해 졌다.
방안에는 침입자의 흔적이 여느때보다 확실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건 진짜 스토커 찍혀 있을 지도…」
남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캠코더 녹화를 멈추고, 재생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아무 것도 찍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얼마 있지 않아, 낯선 여자가 부엌칼을 가지고 방에 들어 오는 게 보였다.
「…!!!!!!」
잔뜩 위축된 남자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찍혀 있어!! 찍혀 있어!! 스토커 찍혀 있어!!!!」
공포를 넘겨 완전히 흥분한 남자는 녹화된 영상을 보면서 친구에게 내용을 실황하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뒤지고 있어…」
「이번엔 옷 냄새 맡고 있어…기분 나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 여자가 방안을 돌아다녔을 걸 생각하니 남자는 절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걸로 경찰도 움직여 주겠지?」
남자가 한가닥 희망에 마음을 놓고 있던 중, 화면속 여자는 남자의 방 옷장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우아…옷장에 들어갔어, 게다가 좀처럼 나오질 않아……」
남자가 친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방에 들어 오는 게 보였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 온 건 바로 남자,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영상 속 남자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이내 영상이 멈췄다.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