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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오후가 끝나가는 무렵부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딱히 특별한 일도 없었기에 감기 기운이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갈 때 깜짝 깜짝 놀라는 걸로 봐선, 안색이 꽤나 안 좋은 것 같다.
이럴 때는 술을 마시고 빨리 자는 게 제일이야
날 보고 이상하게 얼굴을 일그러 뜨리는 점원이 있는 편의점에서 술을 사 마시고
그날은 10시쯤 되서 잤다. 다음날, 이상하게도 어제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제 핸드폰을 가방에 넣은 다음에 지금껏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생각대로 전원이 끊겨있다. 서둘러 전화의 전원을 넣고 내력을 확인했다.
·······자동 응답 전화 12건, 큰일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긴급한 용무가 있었나?
일단 메세지를 확인해 보았다
「나 메리씨, 지금 00역에 있어」
「나 메리씨, 지금 00대학 앞에 있어」
「나 메리씨, 지금 00교실 앞에 있어」
「나 메리씨, 지금 당신 뒤에 있어」
「나 메리씨, 조금 전부터 당신 뒤에 있어」
「나 메리씨, 당신 뒤에 있습니다만, 저기」
「저기요? 나 메리씨 라구요? 눈치 좀 채세요」
「메리씨입니다만······들러 붙은 사람이 너무 둔합니다. 네·····」
「이봐요!! 하루에 적어도 한번 정도는 뒤돌아 봐야 될 거 아니예요!!!」
「저기, 저기. 방금 지나간 아저씨가 나 노려본 거 봤어요?」
「에에에!! 어째서 엎드려 자는 거예요!! 제발 이쪽 좀 봐줘요···」
「흑···훌쩍····메, 메리입니다, 이 녹음된 걸 들으면 한번이라도 좋으니 뒤돌아 봐주세요」
나는 등뒤의 기척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학교로 갔다.
그 날 내 등뒤로는 반울상인채 종종 걸음으로 뒤따라오는 소녀가 있었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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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내 아파트에 모여 술자리를 갖기로 약속했다
서로 바쁜데다, 돈도 없다. 덕분에 집에 모여 자리를 갖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깨닫고 보니 시각은 이미 새벽 2시가 되어 있었다.
일찍부터 마구 마시고 있었기에, 빨리 자려고 이부자리를 폈다.
나는 침대, 친구는 마루에 깐 조금 곰팡내가 나는 이불
별 수 없으니가 이건 참아줬으면 한다
그런데 친구가
「나, 아직 술 더 마시고 싶어!! 맥주!! 맥주를 사러 갈 거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냉장고에 아직 더 있잖아, 그걸 마셔」
라고 말해도 에비스가 아니면 싫다며 투정을 부린다.
너 지금까지 에비스 마신 적은 있는 거야?
나를 억지로 침대에서 끌어내려는 친구지만, 솔직히 나가고 싶지 않다.
내 고집에 결국 친구는 혼자서 바깥으로 나갔다.
아마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 묵을 예정인 주제에 짐을 전부 가져 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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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냄새로 쩐 한숨을 내쉬며 침대 밑을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는 커다란 부엌칼을 든 여자가 숨어 있었다.
나를 원망하느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너, 거기 좁으니까 바깥으로 안 나올래?」
「!!!」
내가 말은 건 게 그렇게 놀랄 일이었나?
깜짝 놀란 여자는 벌떡 일어서려다 침대에 머리를 부딫혔다
「이봐, 그러니까 얼른 바깥으로 나왔으면 됐잖아」
여자는 부딫힌 뒷통수를 문지르면서 투덜 투덜 거렸다
「나, 나라고 좋아서 거기 숨은 줄 알아? 당신이 갑자기 들어오니까, 그, 그 별 수 없이···」
나는 아무 말 없이 여자의 머리에 손을 댔다.
「꺄앗!! 뭐, 뭐하는 거야?!!!」
여자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면서 칼을 마구 휘두르려 했다.
술이 들어가서 인가, 왠지 무섭질 않다.
나는 여자의 팔을 탁 쳐서 칼을 떨어뜨리고 다가 붙었다.
여자가 무서워 하는 얼굴로 나를 봤지만, 무시하고 다시금 그녀 머리에 손을 댔다
「터치 세라피라는 거야, 어디 아픈 거 아픈 거 날아 가라~, ······어떄? 좀 괜찮아?」
내 말에 여자의 큰 눈동자가 둥그래지더니,
「진짜?! 아프지 않아···?」
신기한지 머리를 매만지던 여자는 다시 새빨개 지더니
「아아아앗!! 함부로 손대지 맛!!」
첫등장에 비해 상당히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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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술이 마시고 싶어진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자니 방 한구석에 있던 여자가 조용히 부엌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냉장고에 있던 자질구래한 재료로 안주를 만들어 온 것이다
가정의 맛이라고 할까, 돌아가신 엄마의 맛이 생각났다.
그러자 조금 울적해 져서, 나도 모르게 울먹이는 어투가 되었다.
「계속··· 있어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말이 툭 하고 나왔다.
그 말에 반응하는 여자
「바, 바보!!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느ㄴ···게 아니라,
그게, 에, 나는 지박령이니까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는 소리 하지 말라구!!」
그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나는 그녀를 무심코 꼭 껴안아 버렸다.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그녀
왠지 그녀의 품이 어머니의 그것같이 포근하고 부드러워 나는 이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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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생활을 하던 나는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당연히 집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
역시나 기분 탓인가, 나 좀 외로운 걸지도. 이런 생각을 하며 그날은 그냥 잠들었다.
헌데 그날 이후 방에 혼자 있으면 누군가 쳐다보는 감각이 계속해서 느껴지게 되었다.
내 방은 아파트 3층이니까 바깥에서 누가 보고 있다는 가능성은 있을 수 없었다.
한번은 방의 어딘가에서 누군가 숨어서 날 지켜보는 게 아닌가 싶어, 집안 곳곳을 수색해 봤다.
하지만 헛수고였을 뿐, 누가 잠복해 있다거나 엿보는 구멍같은 흔적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심령현상 같은 걸 믿지 않는 나는 결국 내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되었다.
최근 일이 쌓이는 터라 피곤해질 걸까?
아니면 싫은 상사에 건방지고 무능한 후배 사이에서 병든 건가?
그렇게 되서 있지도 않은 타인의 시선을 느끼게 된 건가…….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꽉 차 있던 어느 날, 나는 봐버렸다.
그건 언제나 처럼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이불을 깐 다다미방에 누워있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느껴지는 시선. 하지만 시선이 느껴지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친가를 나올 때 가지고 온 낡고 오래된 장롱이 하나 있을 뿐
……아니, 아니었다. 장롱과 벽 그 수 mm도 안 되는 틈새로……
이쪽을 응시하는 사람의 눈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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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그걸 본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것은 그럴 것이, 저런 곳에 인간이 들어갈 수 있을리 없다.
저런데 들어간다는 건 벽을 부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너, 너 대체 뭐하는 거야?!」
나면서도 냉정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실상 뭐 하고 있으냐 보단 누구인지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워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질 않았다.
그러자 이쪽을 보고 있는 틈새 인간이 버럭 소리 쳤다
「뭘 하든지…… 그건 내맘이야!!」
약간 새된 느낌의 여자 목소리,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자기 맘이라니, 그런 게 마음대로 될리가 있냐!!
여자의 어처구니 없는 답변에 안 그래도 피곤하던 나는 공포가 분노로 바꼈다
피곤해, 상사는 언제나 미스만 저지르고, 후배는 입만으로 예예, 제대로 일하질 않아.
너무 바빠서 친구들이랑도 연락이 끊어진데다, 세탁물은 쌓여 있어.
청소도 꽤 오래전에 하고 안 했다.
쇼핑도 귀찮기에, 식사는 언제나 컵라면으로 때우고 있어.
뭣보다 여기는 내방이야.
이 여자가 누군지 간에,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
「여기는 내방이야!」
「그러니까 뭐!」
「마음대로 눌러 앉아서 사람에게 폐나 끼치고, 너무 낯짝이 두꺼운 거 아냐?!」
「뭐야, 그 말투……좋아! 나가면 될 거 아냐!」
「그래, 빨리 나가!」
「나갈 거야!」
말투는 끝까지 시비조에 나간다 나간다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 시간이 계속 흘렀지만 여자가 틈새에서 나올 기색이 없다.
계속 나를 응시하고만 있는 것이다
「……이봐……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나갈 거야」
「그럼 빨리 나가!」
「……하지만……」
「하지만, 뭐!」
「……당신이 보고 있으니까……」
나는 그 말에 뭔가 수줍음 같은 게 담겨 있다고 느꼈다.
혹시 이 여자…… 부끄럼 쟁이인가?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도가 지나치잖아.
하지만 별 수 없다. 이 여자를 내보내려면.
「……좋아, 알았어. 나는 이제 잘 거 니까, 그 사이에 나가」
「나갈 거야!」
「그래, 나가. 되도록 빨리」
「……나, 나갈 거야……」
나는 너무나 피곤했기에 자리에 눕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잠이 들려는 찰라, 이상하게 슬픈 눈을 본 것 같지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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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 피곤에 쩐 몸을 질질 끌고 방에서 나오니,
집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꼈다. 공기가 다르다고 할까
머릿속 어디선가, 그 녀석이 나간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더러웠던 방이 깨끗이 치워져 있고,
쌓인 빨래감들은 세탁은 물론 깔끔하게 다림질까
지 되어 있었다. 심지어 테이블 위엔 아침 식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도 왠지 내키는 마음이 들지 않는 나는 식사나 빨래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다시 다다미 방에 가서 드러 누웠다.
어제까지 느껴지던 시선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그 것뿐이데, 이상할 정도로 외로움이 느껴진다.
「…………진짜…… 간 거야?」
방에는 내 목소리만 울러 퍼졌다.
「……진짜 간 거야? 있다면…… 있다면 대답 해 줘?」
「……뭐야……」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롱 옆에 틈 가까이에 다가 앉았다.
수mm도 되지 않는 틈 너머로 왠지 당황해 하는 기색이 들려온다.
나는 왠지 뺨이 씨익하고 풀어지는 걸 느끼며 말을 꺼냈다.
「안 나갔잖아」
「하, 하!! 미안하네!! 안 나가서!!」
「어제 나갈 거라고 했잖아」
「……오, 오늘 나갈 거야!」
「진짜?」
「……」
「이봐, 나와봐」
「……하지만……당신이 보고 있으니까……」
나는 그녀의 반응이 이상하게 재미있어져서, 그녀와의 회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컬트인지 정신적으로 병들어 버린 것인지,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
마음을 터놓고 정면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나 오랜만이었으니까
「저기」
「……, 뭐」
「너……정확히 뭐야?」
「뭐라니……유령이야, ···이봐! 원령! 귀신! 지박령에 부유령이라구!!!」
「……지박과 부유는 개념이 다르지 않아?」
「뭐든 상관없어!!」
「거기에 이 식사……네가 만든 거야?」
「그래…… 뭐!! 나, 난 나쁜 짓 안 했어!!」
「책망하는 게 아냐…… 단지, 어떻게 쇼핑한 건지. 그게 신경 쓰이는데」
「 나한테 불가능한 건 없어!」
「그런가……」
전혀 대답이 안 되지만 왠지 납득한 나는 테이블 위의 식사를 보았다.
잉어 조림에 샐러드. 하얗게 빛나는 쌀밥과 따뜻한 된장국. 시금치 나물
소담한 식사였지만, 왠지 나에겐 눈부시게 보였다.
23
「너는……」
「뭐, 뭐야!」
「살아있을 때, 어떤 여자였어?」
「……」
나는 그 말을 끝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하는 내내 그녀의 시선은 한점 흐트러짐 없이 내 등에 쏠렸다.
식사를 끝낸 뒤, 오랜만에 다른 사람이 준비해준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어느 사이엔가 테이블 위의 식기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방에는 새 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직도 너무나 피곤했기에 이불속으로 꾸물 거리며 들어갔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장롱과 벽 틈새로 시선을 돌리자 역시나 나를 응시하는 여자의 눈이 보였다.
이상하게 기분 나쁘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녀의 상냥한 눈동자를 보고 있던 중, 나는 왠지 마음이 편해져 저절로 눈이 감겼다.
「……살아있을 때…… 나한테……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그 때……얘기할 수 있었으면……」
그런 소리가 장롱 틈에서 들린다.
그녀는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어, 자는 척을 계속했다.
「 나……당신……계속 지켜봤어……죽기 전에도…… 딱히 나쁜 것 없었어.
다만 당신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괴로웠어……너무 외로웠어……」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 마. 나는…….
「 나……좀 더……살고 싶었어…… 당신과…… 함께… 살고 싶었어」
나는 널 찾아 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마
이후에도 방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변함 없이 식사준비도 해주고 방청소도 해주고 있다.
조금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장롱과 벽 틈새를 중심으로 방의 가구들을 재배치하였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기 위해서
그녀도 익숙해 졌는지 최근엔 냉장고나 벽틈새, 혹은 목욕탕문 사이에서도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불이나 시트 틈새로 들어오는 건 좀 봐줬으면 한다.
따뜻하긴 하지만, 솔직히 참기가 힘들다. 여러가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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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끝난 날, 나는 첫 독신 생활에 들떴다.
지방에서 살고 있다 도시에 와, 좁은 자취방에 살림을 편 것 뿐이지만.
그 이상의 고양감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다다미 6장 넒이의 좁고 더러운 아파트.
청춘의 성이라던가 그런 레벨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팍팍 들었다.
흥분과 기대감에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세수하러 갔다.
얼굴을 씻고 정면 거울을 보는 중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뒤로 무언가 쑥 하고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뒤를 돌아봐도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세면실에서 나와 방에 들어가도 역시나 아무 것도 없다.
아, 나 역시 피곤한 거구나. 씻는 걸 마무리 지으려고 세면실로 돌아갔다
그러자 뒤에서
「킥킥킥……」
낮게 울려 퍼지는 여자애의 웃음소리.
이번에는 기분 탓이 아니다. 등에서 스멀 스멀 올라오는 오한.
방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 듯한 감각
나를 씻는 도중인채 방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두근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애서 누르며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킥킥킥……」
웃음 소리는, 방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다.
어슴푸레한 조명이 비치지 않는 방 구석? 방금 전 까지 있었던 세면실인가?
아니면 바로 옆……? 그래, 예를 들어 내 뒤라던가……
「바보」
왼쪽 귓전 가까이 한숨과 같이 내려붙는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란 난 그만 까무라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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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곳에 이사 와버렸다. 다음날 아침 방에서 도망치듯 나온 나는 바로 이사를 생각했지만
안 그래도 값싼 곳을 찾아 이사한 나의 재정 상태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고향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건, 분명 걱정을 끼치는 일이 될 테니 그것도 싫다.
거기다 나는 정체 불명의 '그것'을 분명하게 본 것이 아니다
피투성이의 괴물 같은 걸 봤다면 냉정하게 있을 수 없지만,
현 단계에선 위협적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조심스럽게 방의 기색을 훝어 보았다.
한낮에도 나타나면 포기하고 이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밤 중, 이불에 들어간 이후에 그것이 다시 나타났다.
「어째서 돌아온 거야」
머리 가까이 들려오는 목소리
벽에 걸린 시계를 돌아보니 시각은 새벽 2시
나는 또 이불로 몸을 감싸고, 어설픈 기억에 의지해 염불을 외웠다.
「그런 게 효과 있을 거 같애? 바보~」
들려오는 소리는 너무나 명료해서, 나의 절망을 부추겼다.
「부탁해, 나는 널 몰아내거나 할 생각 없으니까. 그냥 대학 졸업까지만 살 게 해줘. 부탁이야」
집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마구 하고 있다는 둥, 우리 집은 그렇게 유복하질 않다거나
이 근처에는 친구도 없어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 둥, 그런 걸 염불대신 마구 주절 거렸다.
「……흥, 뭐 지루했으니까, 장난감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그런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 아까까지 느껴지던 기척이 사라졌다.
「고마워!!!」
덮고 있던 이불에서 나온 나는 어디인지도 모를 방향으로 말을 걸었다. 되돌아 온 대답은
「시끄러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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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부터 나는 확실히 장난감이 되었다. 학기말 레포트 제출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데
「평상시부터 안 해뒀으니까 고생하는 거야, 바보」
「벌써부터 다른 레포트 베낄 생각이야? 진짜 바보」
「이런 녀석한테 기대하는 부모가 불쌍한걸, 짐싸서 집에 가」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마구 힐문한다
하지만, 처음 느꼈던 것 같은 압박감은 없다.
나는 변함없이 현지 친구가 적은데다 바이트 때문에 귀가 시간이 늦으니까
그녀가 나오는 시간에 집에 오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인가, 부끄러운 말이지만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변함 없이, 모습은 안 보이지만.
그런 생활이 계속 되던 중, 나 나름대로 교우 관계를 넓힐 수 있었다.
그녀가 화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그 날 밤 나 혼자가 됐지만, 여전히 그녀가 나타나질 않았다.
이제 와서지만 왠지 혼자라는 느낌에 섬뜩해 하며 잠 잘 준비를 했다.
잠시 뒤척이다 눈을 감으려는 찰나 자명종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얏!! 뭐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화난다. 나는 그녀에게 소리지르며 일어났다.
「……그 여자는 누구야」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설마, 요시노씨가 그녀의 비위에 거슬리는 짓이라도 한 걸까?
「대학 써클 선배야, 혹시 그녀가 싫은 거야? 퇴마사 같은 영력이 있다던지?」
「흐응, 별로. 그보다 너, 그 여자랑 무슨 관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딱히 아무 사이도 아냐, 단지 선배일 뿐」
「……그래……, 일단 그 여자는 이제 다신 부르지 마. 또 오게 하면 진짜 용서안할테니까!」
「아, 알았어」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그 날밤만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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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가능은 없는 것이다. 라는 걸 정말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 후로 4년, 지금 생활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졸업 논문을 제출했기에 이제 졸업을 기다리면 될 뿐.
4년동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옆에 있어준 그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하려 했지만,
최근들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고 있는 중에 옆에 있다는 감각이 가끔 느껴지지만, 불러 보면 기색이 사라진다.
그러던 중 마침내 이사하는 날이 왔다.
고향에서 가업을 이은 생각이었던 난 따로 취업 활동도 하지 않았다.
도시에서의 생활에 이별을 고해간다.
딱 하나 신경쓰이는 게 있다면 역시나 그녀.
벌써 수개월 째 보지 못했다.
성가신 녀석이 나가니까 후련해하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외로워졌다.
텅 비어버린 방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 방 한가운데 서서 꾸벅 크게 허리를 숙여 보인 후, 방에서 나왔다.
……뭐지.
아파트를 빠져나와 역으로 가던 중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단 느낌에 뒤돌아 보았다.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가 간신히 보일 정도의 거리.
내가 살고 있던 방의 창문, 거기엔 확실히 누군가 있었다.
내가 되돌아 본 것과 동시에 뒤돌아선 사람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리곤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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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돌아온 거야」
그리운 말인걸
나는 부모님에게 간곡히 부탁해 다시 한번 더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후 수개월, 도시에서의 취직처도 결정되 하숙할 곳을 다시 이곳으로 선택했다.
그 사이, 이 방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뭐, 사정이 있으니까 말이지
나는 그 소리에 답하지 않았다
「누군가 매우 매우 외롭게 보내고 있는 거 같아서 말야」
이렇게 말하면 분명 화낼테지?
「……흥, 마음대로 해」
이 말을 끝으로 다시금 기척이 사라졌다.
그 날 밤, 내가 막 잠들었을 무렵. 목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문득 눈을 뜨였다.
눈을 떠봐도 보이는 건 한없는 어두운 어둠뿐
「……나, 이제 너무 외로워……」
「……그렇다면 차라리, 널……」
그녀가 말하는 건 이해했지만,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홀려 있는 거 였는지도 모른다.
목을 조이는 힘은 원래 그리 강한 게 아니었지만, 가면 갈수록 더욱 약해져 간다.
「…………하지만, 할 수 없어. 난, 난 널…………」
내 뺨에 뭔가 차가운 것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룰이었으니까
대신 나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분명 거기 있을 그녀에게
차갑지만 어쩐지 따뜻한 그녀의 뺨이 만져진다.
목에서 손을 뗀 그녀는 내 손목을 양손으로 부여 안았다.
나는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녀의 몸이 일순 움찔 하고 떨렸다.
떨림은 좀처럼 멎지 않았다.
그녀의 뺨에 대고 있던 손에 따뜻한 물기가 점차 번져 나간다.
그리고 조용히 들려오는 한 마디
「어서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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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 작가, 신작으로 돌아오다
그것도 더욱 더 파워업 해서!! (.....)
그리고 이 그림은 이전 무서운 이야기? 제일 처음에 나온 츤데레 유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