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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일년전 이맘때,

친구에게서 그녀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친구의 애인이었다.

친구가 바텐더로 일하는 가게에 자주 놀러온 그녀.
이성으로썬 드물게 마음이 맞는 여자였다.
그 가게는 여자들이 즐겨 찾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오는 여자라고 해봤자, 뜨내기 손님이거나 남자와 함께 온 경우가 태반.
그마저도 마음이 맞을 만한 여자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그녀만이 나의 온전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

가게에서 몇번인가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 친해져갔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거하고 있단 이야기
여러가지 별 의미없는 농담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꼈다.

이후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
가게에도 오지 않았고.

그러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단 이야기를 해줬다.




축하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결정을 축복했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어울렸기에, 행복지길 바랬으니까.

조금 솔로의 질투심을 느낀 것은 비밀.

다음 날, 두 사람이 사는 집에서 저녁 식사를 먹었다.
두 사람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지 며칠 뒤,
나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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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둘이서 가볍게 식사라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와 그녀는 어떤 걸 먹을지 서로 고심하다, 결국 내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 식당에
가기로 했다.

거리를 조금 멀었지만, 꽤나 멋진 레스토랑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몇가지 메뉴를 주문한 우리는 이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녀가 한 이야기는 대체로 친구에 대한 조그만 불만,
친구가 이런 저런 일을 해줬다는 자랑, 친구와 같이 맡이할 장래
밤에 일하는 친구에 대한 걱정...어느 것 하나 친구에 대한 화제가 빠지질 않았다.

나는 옛날 겪었던 사랑 이야기나,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내가 장래 따로 가게를 내고 싶단 말에 감탄했다. 왠지 조금 쑥스러웠다.

나보다 조금 연상인 그녀. 그럼에도 나보다 어려보이던 그녀
왜인지 여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상당히 한가롭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 돌봐주는 걸 좋아하고, 눈치가 빠른데다,
파장이 맞는다고 할까...마음이 놓이는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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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일하는 친구랑 엇갈리는 일이 많아져서 조금 외롭지만,
그런 이야기 대놓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꿈을 쫓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 댓가니까 말야.
그녀는 쓸쓸한 듯이 웃으며 외로워도 참을 거야라며 장난스레 말했다.

따로 말은 안했지만 친구는 애처럼 제멋대로 하려는 구석이 있는지라,
그것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듯 했다.
결혼을 1년 앞두고 식준비나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역시나 불안해진 것일까.




어쩔 수 없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밤에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됐고, 조금 제멋대로인 아이같은 사람이라도,
그럼에도 그 사람과 함께 가겠다 결정한 거니까.
아직 시간은 있다.
우선 당신의 생각을 친구에게 전하는 게 우선이다.
친구도 분명 바뀌게 될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친구를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니, 역시 당신은 좋은 여자야.
거기다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 재미있고, 상냥해. 당신은 분명 좋은 아내가 될 거다.
친구 녀석은 행운아다. 당신을 만날 수 있었단 행운이 부러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답했다.

고마워, 그거 너무 칭찬하는 거 같은데.
나도 xx와 이야기하는 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워.
이게 마음이 맞는 타입이란 걸까.
분명 그이랑 만나기 전에 알게 됐다면 좋아하게 됐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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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다.
그 말에 나는 쓴웃음을 섞어 답했다.




고마워. 나도 분명 당신을 좋아했을 거야.

에? 거짓말~ 언제나 날 놀릴 생각인 주제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을리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친구에게 어울리는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불필요한 한마디는 더할 필요 없다.
거기다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특별한 대상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 나는 그녀를 그렇게 본 적이 없다.
그녀에게 본심은 비밀이라며 가볍게 말한 나는 담배를 한개피 피웠다.
담배 연기로 내 얼굴이 가려지길 바라며.

자꾸 그녀에게 끌리는 나를 애써 추스렀다.
외로운 것뿐이야
친구의 애인이니까 자주 본 것 뿐이야.
그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반한 건 아니야.
그렇게 예쁜 얼굴도 아니잖아.
이상형인 모습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 외로운 것뿐이다,
그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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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며 애써 시시한 화제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머리 한구석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떠나가질 않는다.




어째서 여자 친구 없는 거야? 정말 불가사의 하다니까.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묻고 싶어.
뭐, 이젠 익숙해졌지만 말야.




가벼운 쓴웃음.

디저트를 주문하면서 내가 사실 단 것을 아주 좋아한다 말하니,
그녀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친구는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카페나 이탈리아 식당보다
선술집이나 정식가게 같은 곳을 좋아하기에 같이 가보고 싶어도 못가봤다고 했다.

그녀는 푸념을 흘리다 나에게 카페 순회 같은 걸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는 커피 매니아에 단것을 좋아하기에 카페에 자주 가는 편이다.




물론




그녀의 제의에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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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생일이 몇주 후에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궁핍한 지갑 사정을 생각지도 않고 사치를 부렸다.
결혼 축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두 사람이서 8000엔, 나에겐 꽤 큰 돈이었다.
하지만...뭐 즐거웠으니까.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후, 평소 단골 가게로 발을 옮겼다.
나랑 그녀에게 익숙한 가게, 친구가 일하는 바 였다.
나의 친구이자 그녀의 연인인 바텐더에게 바람 피는 거 아니냐는 야유를 들으며
그녀와 함께 칵테일을 마셨다.

전담 바텐더와 환담을 나누던 우리는 두어 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취한 그녀를 바래다 주고 싶었지만,
더 이상 섣부른 행동으로 오해를 사고 싶진 않았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친구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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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심야,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별 다를 것 없는 것이었다.
친구가 다른 약속을 잡는 바람에 나가서 혼자 있다는 것 같다.
모처럼 휴일인데 두명이서 오붓하게 보낼 수 없는 게 외로운 듯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타입이니까, 나외에는 배출구가 없는 거 겠지.
나도 한가했고, 여자랑 메일 교환한 게 오랜만이었기 상대해주기로 했다.
여러거지 시시한 이야기나, 친구 녀석에 대한 푸념이 주 였지만, 하나 하나 차분히 답장을 보내줬다.




역시 상냥해.




이 메일만은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
확신이 없었으니까.
잘 되면 혹여나... 이런 생각이 정말 없었는가?
나는 결국 답장을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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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하지 않았다.

단지 마음이 맞는 친구일뿐.
말도 안되는 짓을 하다가 화상 입는 건 사양이다.
친구의 연인에게 흑심을 품다니, 남자가 할 짓이 아니다.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나는 사랑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외로운 것뿐이야.

친구가 돌아왔다는 것 같지만, 들어오자 마자 잠들었다고 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웃음) 같은 이모티콘을 붙였지만
왠지 그녀의 외로운 듯한 얼굴이 떠오른다.




자고나면 잊어버리니까 괜찮아. 고마워.




그 날의 메일 교환은 그렇게 끝났다.

왠지 담배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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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다시 메일이 왔다.

역시 별 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그리고 학교 땡땡이치지 말고 가란 내용도 겯들여 있었다.
어쩐지 누나 같은 느낌이 드는 그 메일이 한살 연상이긴 해도
그녀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기에 무심코 웃어 버렸다.
집 근처 언덕을 오토바이로 천천히 오르다 잠시 쉬고 있던 중 온 메일이었다.
나는 메일이 왔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오는 것과 차이는 없다.
그 상대가 단지 그녀일 뿐.
부풀어오르는 기쁨을 애써 누르며 나 자신을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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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집에 갈 때까지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우는데 고생해야 했다.


메일은 밤에 한번 더 왔다.
별 지장 없는 내용으로.

밤에는 단골 가게에 가 술을 마셨다.
물론 친구가 있는 그곳으로.

친구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녀석은 터무니 없이 행복해보이는 얼굴을 하곤 하니까.

연애, 하물며 결혼은 두 사람이 나누는 타협의 연속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요한 것까지 두 사람이 어떻게 타협해 가는가.
그것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수순이다.
지금 그대로 간다면 그녀가 친구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 날은, 옆자리에 앉은 일행이 너무 시끄러웠기에
평상시라면 그냥 넘어갈 일임에도, 아주 간단히 이성이 끊어질 것 같았다
단골인 가게가 아니었다면 싸움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난 어째서 이렇게 초조해하고 있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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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결국 숙취에 시달리면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단골 가게의 여자 바텐더가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들러보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아니나 다를까, 카운터에 앉아 있는 그녀를 찾아냈다.

카운터는 자리가 꽉차, 내가 앉을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그걸 깨닫곤 나와 함께 홀 안쪽 자리로 옮겨 앉았다.




일전에 푸념 들어준 거 고마워.




나는 단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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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케이크 맛있는데. 그래, 같이 안 가볼래?

내가 어째서 다른 남자 애인이랑 같이 어울려야 하는 걸까.

괜찮잖아. 애인이 생겼을 때를 위한 연습이야, 연습



정말 시시한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셨다.




정말, xx는 이야기 나누기 쉽네. 카운터에서 다른 손님과 이야기 하는 건 괴로운데.


남자 친구를 체면을 세워주려, 이래 저래 신경 쓰는 게 많은 듯 했다.
나도 단골 가게에 친구가 일하는 곳이라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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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조금 불안할 때도 있어.



그녀는 돌연 그렇게 말했다.



그이랑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만들고...
정말로 그게 좋은 일인지. 나는 정말 그걸을 바라는 것인지.
그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니까
그런 엄마같은 기분은 아닌가...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냐.




그이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이 사람과 사귀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결국 사귀게 되고, 같이 살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됐지.
그이는 자기 가게를 가지고 나서라 말했지만, 나는 그 옆에서 함께 고생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결혼하자고.
그렇게 결심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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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듯 그녀는 두서없이 말했다.
정말로 좋은 여자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 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외에 없었다.

나에게는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털어 놓기 쉬웠을 것이다.
나 스스로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미 친구도 아는 사이이기에 위험 같은 건 없다.
거기다 놀랄 정도로 마음이 맞고, 취미도 맞는다.
그러니까다.



xx와 먼저 만났다면, 분명 사겼을 거야,
마음도 맞고 시간대도 맞으니까
함께 산책을 하거나 쇼핑도 할 수 있고.



나는 웃었다. 농담은 그만두라고.



울적했다. 그리고 기뻤다.
술을 한모금 들이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 마음도 담배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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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즐겁고, 아무 말을 나누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같이 웃을 수 있고, 식사를 만들어 주거나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떨 때는 귀여운 여동생 같고, 어떨 때는 누나 같으며, 상냥하고....


술과 담배는 내 망상을 멈추지 못했다.




나도 당신 같은 타입 좋아해. 친구의 애인만 아니었다면 벌써 낚아챘을 거라구.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비겁하다. 도망칠 길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고마워



수줍어 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게 된다.




뭐, 바보지만 말야.




그녀는 불필요한 말이 많다며 퉁퉁 화를 냈다.
그래, 이걸로 좋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외로움에 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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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랑을 한 지 얼마나 된 걸까.

사랑한 여자가 있었지만, 그 감정도 어느새인가 사라졌다.
그런 것도 이미 몇년 전.

여자에게 진심으로 반한 마음 같은 건 담배 연기와 같다.
쉽사리 사라져 버리니까.
남는 건 안타까운 추억과 숙취뿐.
담배와 술, 음악.
진심으로 사랑한 추억은 그것들과 함께 내안에서 자기 완결해버린다.

분위기에 휩쓸려 사귀게 된 여자는 얼마 되지 않아 헤어지게 된다.
그런 교제가 나한테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3년전.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우선 자신을 비웃게 된다.
너무 일찍 단념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겁장이가 된 나를.

외롭다는 것에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나 이외에 다른 누군가를 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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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카운터와 달리 우리 둘은 잔잔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담소를 나누는 우리 모습이 연인처럼 보였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취기가 올랐는지 사소한 일에도 곧잘 웃었다.
그걸 조롱하며 머리를 쿡쿡 찌르니 자신이 연상이라 선언하며 웃는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녀의 웃음소리,
그것들이 내 귓전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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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시간을 허비한 탓에 막차를 놓친 나는 그녀가 한 농담대로 천천히 걷어 가기로 했다.
자전거로 돌아가는 그녀와 중간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그녀 혼자 가는 것도 외롭겠지.
그 취지를 말하자, 그녀는 잘난 척 하는 어투로



그렇게 까지 밤길이 무섭다면 같이 가줄게




새벽 4시 무렵, 나와 그녀는 가게에서 나왔다.

그녀가 자전거에 타자, 나는 그 옆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즐거웠지. 오늘도 여러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나도 즐거웠어. 집에 돌아가면 혼자지만 말야.




어째서인지 자조섞인 농담이 튀어나왔다.
나는 멋적게 웃었다.




나도 혼자야. 거기에 그이, 아침에 돌아와도 또 잠들어 있을 테니
어쩌면 내가 자고 있을 때 돌아와서 깨울지도 모르지만 w

괜찮잖아. 그런 게 말하면서도 행복해한다는 거 다 알고 있다고 w

그렇기는 한데, w
역시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는 건 괴로워.
정말 xx 같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좀 더 빨리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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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는 거리를 걸으며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이 군청색에서, 투명한 푸른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친구랑 먼저 만나지만 않았어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구 덕에 만나게 된 거니까 말야.




내 말에 웃으면서 화답하는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만약...... 내가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나는 그렇게 물었다. 기회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둘밖에 없으니까. 지금 밖에 없으니까.




음...어떨까, 고맙다는 느낌일까,
어렵네. 하지만 어차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w




그동안 언제나 농담으로 진심을 숨겨온 탓일까
그녀는 내 말을 농담으로 치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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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간 친구에게 맞아 죽을 테니까, 패스




도망쳤다.




역시나 농담이었어. w

별 수 없다구. 나는 농담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타입이니까.

뭐야 그게 w 그런 거 전혀 모르겠어.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확연히 보인다.




갈림길에 다다른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웃으면서 돌아가는 그녀를 배웅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것이 마지막 한개피.
집으로 가는 도중 캔커피를 하나 뽑아 가드레일에 기대 앉았다.
워크맨을 꺼내 음악을 들으면서, 담배 연기와 함께 그리고 자신의 한심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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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연인을 빼앗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다.
옛날, 선배한테 애인을 빼앗겼을 때 결심한 것이었다.
내가 당해본 일이니까, 타인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헌데 이번은 어째서 내쪽이 빼앗긴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녀의 생각은 난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친구로써 그녀가 날 좋아해주고 있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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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있는 사이,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앞으로도 그녀와 친구는 행복해질 것이고, 나는 그들을 축복할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외로움 역시 계속 될 테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되돌아 보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