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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사랑 이야기


BG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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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인생 보낸 녀석도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봐주면 기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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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내가 중학생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도쿄 언저리에 살았어.
야마나시나 하치오지 방면.
그러니까 도쿄라고 해도 상당히 시골. 주위에 밭이나 논이 많이 있었지.

너희들에게 있어서 흔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사건은 내 소중한 사람이 죽은 일에서 시작됐어.

우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내가 그 사람을 알게된 건 중학교 1년때의 운동회.
그 사람은 3 학년으로 나보다 2살 연상.
초등학교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된터라, 상급생들이 모두 어른으로 보이던 때였지.
당시 반 대항 릴레이에서 그 사람이 압도적인 격차로 1위로 골인했어.
나는 준비위원이었기에 그 사람을 1위 자리로 안내하면서 말을 건낸 것이 첫만남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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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빠르다아~ 이렇게 빨리 달리는 여자 처음 봤어.]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생각밖에 안했다.
초등학교때부터 남자랑 여자가 서로를 세균같이 보며 반목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자랑 이야기 나누는 게 썩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선배를 나를 향해 씨잇 웃으며 피쓰 싸인과 함께 1위다~ 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바짝 쫄아서 시선을 이리 저리 피하다가 결국 무시했다.
더이상 아무런 접점이 없었기에 따로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그 날 이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만 했어.
우리 학교는 교무실이 2층에 있고 1 학년은 3층, 2 학년은 1층, 3 학년은 2층에 있었다.
그러니까 교실을 이동할 때나 교무실에 용무가 있을 때라든지 등, 하교할 때
3 학년이 있는 층을 지날 기회가 많았다.
좋아한다던가 그런 생각도 없이, 2층을 지날 때마다 그 사람 모습을 찾곤 했다.
그러다 이따금 찾아내면 5초 정도 멈춰 서서 바라봤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었다 생각하지만...

며칠이 지나, 그 사람이 미술부에 속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발도 빠르고 운동 신경도 좋으니까, 운동관련 동아리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조금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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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몇개월, 아무 진전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여름 방학이 끝났을 무렵, 하교 하는 길에 미술실 문앞까지 갔다.

그 선배랑 또 1명, 이름을 알 수 없는 선배 이렇게 두 사람이 남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일단 가명으로 적어둔다.

동경하던 선배 = 아야노
잘모르는 선배 = 카즈미

멍하니 보고 있던 중 카즈미 쪽이 날 알아차리곤 말을 건넸다.

카즈미 [너, 언제나 아야노 쳐다보고 있던 애지? (웃음) 무슨 용무라도?]

위험해! 전부 들킨 건가!!
당시나 지금이나 숫기가 없는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조금 난감한 상황.

카즈미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서 온 거 아냐? 들어와.]

그러면서 내 손을 잡고 미술실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조금 전도 적었지만, 초등학교때부터 남녀 사이가 안좋았던 경험 뿐인지라.
처음으로 여자 손을 잡은 것과 여자 두사람과 같이 있는 것에 긴장해 딱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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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술 숙제인 그림을 아직 다 못 그려서 지금까지 있는거라 했다.
선배들도 그렇구나 하며 이상한 동질감을 느끼던 중 아야노가 말을 건넸다.

아야노 [xx지? 너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는데. 키 작네 ww]

당시 내 키는 150cm 정도. 나름 컴플렉스였다.
그 때쯤의 아야노는 160Cm를 조금 넘긴 상태.
중학생치고는 꽤 컸다.

30분 지나 그림을 다 그린 듯 두 사람은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등뒤가 식은땀으로 흔건했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계속 이런 생각만 들었다.

카즈미 [xx는 집에 가는 길 나랑 같지? 자주보이던데. 아야노만 완전 다른 방향이네 ww]

어이~ 나는 혼자 있고 싶다구! 너 같은 거 한번도 본 적 없어!!
함께 귀가하고 싶지 않아!!

카즈미 [이제 6시니까, 아야노 집까지 확실히 모셔다 줘야해 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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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모셔다 주다니, 누가? 누굴?
집에 가는 방향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간다는 거야?
처음엔 카즈미가 말하는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고마운 상황이지만.

우유부단했던 나는 이해도 못한 채 떠밀리듯 아야노와 함께 귀가하게 되었다.
교문에서 나온 뒤 긴 계단을 내려 가 갈림길 도착.

카즈미 [자, 그럼! 아야노를 잘 부탁해 ww]

아야노 [잠깐 w 진짜 어쩌라구~ w]

나 [웃......]

그리고 우리는 카즈미랑 헤어졌다.
헌데 잠깐만... 그제서야 깨달은 사실.
난 아직도 아야노와 이야기를 나눈 일이 한번도 없어.....

미술실에 들어간 이후 입 한번 연 적 없었니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 지 모르겠어.....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아야노의 조금 뒤쪽에서 따라 붙듯 걸었다.
걸어가는 내내 우리 두사람은 아무 말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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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 근처 길에 도착했다.
잠시 강쪽을 쳐다보던 아야노가 강둑 근처로 걸어갔다.

나는 어째서? 라고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아야노 [오늘 참 덥네~ xx도 땀 잔뜩 흘리고 있고. ww]

나 [아, 아, 예. 참 덥네요...]

아야노 [우리들 이게 첫대화라는 거 알아? ww]

나 [미안해요.....]

아야노 [운동회 때였지. 처음으로 말 걸었던 건.]

나 [....네?]

아야노 [무시당해서 조금 괴로웠어 ww]

나 [...무시라면?]

운동회때 그건가....

나 [아, 아!! 미안합니다!!]

아야노 [뭐 괜찮아 w 그보다 2층에서 누구 찾는 것처럼 보이던데, 누구 찾았어?]

나 [예?!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야노 [그래?]

들키지...않은건가?

그 후 선배를 집 근처 길까지 데려다주고 50분 정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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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 후 12월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12월이 시작되고 얼마 뒤, 여느 때처럼 교실 이동을 할 때 였다.
2층 교무실을 지나 안쪽에 있는 특별실에 갈 때 사건이 일어났다.

혼자서 멍하니 걷고 있던 중, 앞에서 카즈미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할말도 없고 해서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찰라, 그녀가 스치듯 지나치며
내 교복 상의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뭐지? 하고 꺼내보니 종이조각이었다.
종이를 접어 만든 쪽지.

내심 두근두근했던 나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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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아야노

어라? 어쨰서 아야노? 카즈미에게 받은 편지인데?

[오랜만~♬ 괜찮다면 편지 교환안할래?]

단지 그 한마디만 쓰여진 편지였지만
어째선지 굉장히 기뻐 어쩔 줄 몰랐던 나는 수업에 20분 정도 지각해버렸다.

서둘러 다음 수업 도중 편지를 적었다.

[예!!]

이 딱 한마디. 좀 더 멋진 말은 없었던 걸까...

헌데 문제는 쓴 건 좋지만, 어떻게 건네야 모른다는 거 였다.
나는 숫기가 없는 것에 덧붙여 겁쟁이이기도 했다.

나는 주머니에 편지를 담아둔 채 결국 건네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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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뒤 또 교실 이동을 하는 중 이번엔 아야노 본인이 날 불러세웠다.
나랑 같이 있던 친구는 잔뜩 쫀 표정이었다.
제일 많이 쫀 건 나지만.

아야노 [편지, 안 읽었어?]

나는 이때 밖에 없다 생각해서 바로 편지를 꺼내서 건네줬다.
그러자 아야노는 답장은 방과후까지 적어줄께, 라면서 가버렸다.

방과 후, 어떻게 하지...이런 생각을 하면서 귀가 하던 중
교문 옆에 서있는 아야노를 보았다.

부끄러워서 모르는 척~ 하고 그냥 걸어가고 있자니, 아야노가 날 불러 세웠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또 편지를 건네 받았다.

가볍게 고마워요. 라고 말한 나는 그대로 집에 왔다.
편지에는 자기 소개와 1주일이나 기다렸는데 한마디 뿐이었단 푸념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비밀리에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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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정말 시시한 것들 뿐이었다.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메일로나 주고 받을 듯한 시시한 이야기를 편지로 나눴다.
당시에도 휴대전화가 있긴 했지만, 나나 아야노 둘 다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몇일동안 편지를 주고 받던 중 아야노가 편지로,

[이번 종업식 다음날, 영화 보러 안갈래? 나 타이타닉 보고 싶어 w]

타이타닉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일단 OK인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변함 없는 매일이 계속됐다.
물론 편지는 매일 1~2통 정도 계속 교환했다.

그러다 종업식날이 왔다.
겨울 방학이 된 건 기뻤지만, 아야노를 볼 수 없게 되서 조금 외로웠다.

다음날 , 근처 역에서 만난 우리는 도심부까지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나는 이 근처는 백화점외에 가본 곳이 없어, 영화관이 어디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아야노에게 전부 맡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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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가기 전 뭔가 먹지 않을래? 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고민할 틈도 없이 우리는 근처 맥도날드에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가게 쇼윈도에 비치는 우리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째선지 굉장히 기뻤다.
좋아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하는 데이트.

뭐....키 차이는 위험하지만....

쇼윈도를 보고 있던 나와 아야노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야노 [키는 금방 클테니까 신경 쓰지마 ww 지금 얼마야?]

나 [150cm 정도 입니다.]

아야노 [작아. w 꼬맹이. w]

나 [꼬맹이가 아니에요.]

아야노 [그래~ 꼬맹이가 아니지~]

그러면서 아야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행복했어.

식사를 끝낸 뒤 영화관에 도착. 티켓을 사서, 안에 들어갔다.
아야노는 팝콘과 팜플렛을 샀고, 나는 음료수와 팝콘.

팜플렛을 보고 처음으로 알았는데, 타이타닉은 배에 대한 이야기였다.
배 매니아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아야노와 잡담을 나누며 처음 온 영화관의 분위기에 조금 긴장하는 사이
영화가 시작됐다.



TV로 본 적 있는데...
이럴 때 주위가 어두워지면 뽀뽀를 하거나 손 잡거나 하는 게 있던데...
...사실 나는 그게 목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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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잭이 로즈와 만나는 장면을 보고서야 연애 영화라는 걸 알았다.

뭐 그건 어쨌든 간에.

곁눈질로 아야노를 힐끔하고 쳐다보니, 그녀는 스크린에 열중해있었다.
손을 잡은 찬스는 앞으로 100분!!

10분 정도 영화같은 건 보지도 않고 나 자신과 싸워야 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입에서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이 왼손을 아야노의 오른손 위에 싣는 것만으로 끝난다...

....힘내라.....나.

나는 오른손으로 팝콘을 들었다.
아야노도 손잡는 걸 의식한 것인가,
왼손으로 팝콘을 들고 있었다.
지금이다!!! 잡아라아아아아아!!


나는 왼속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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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왼손은 아야노의 오른손 위를 통과해 아야노의 팝콘속으로...

나 [파, 팝콘 조금만...]

아야노 [에? 아, 여기.]

나는 겁쟁이였다아아아아아!!!
오른손에 팝콘이 한가득 들려있음에도 아야노의 팝콘까지 건네 받았다.

그리고 어떻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가 끝나 귀가 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자연스레 그녀가 귀가하는 걸 에스코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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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노와 같이 천천히 논길을 걸었다.

주위는 금새 어슴프레해졌지만 달빛이 있어 불편하진 않았다.
이것 저것 잡다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러다 아야노를 처음으로 데려다줬던 길까지 왔다.

아야노 [자, 그럼 다음에 또봐 w 추운데 고마웠어.]

나 [아, 예. 그럼 다음에 또 w]

아야노 [아~ 잠깐만 기다려.]

아야노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서 머플러를 꺼내 내목에 감아주었다.

아야노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w 그것 감고 가 w]

나 [가, 가, 감사합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위험할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워 곧 쓰려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아야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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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노 [그런데 말야...우리들...]



아야노 [사귀는 건가?]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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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머리로는 미쳐 다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당시 나는 숫기도 없는데다, 겁쟁이에 꼬맹이였다.
거기에 사귄다 = 고백하고 난 뒤, 이란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에 wwwwww 그럴리가요 wwwwwww]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다....



아야노 [그렇지? www 미안, 이상한 소리해서 www 그럼 조심해서 가 w]



헤어지고 난 뒤 제정신이 아닌 채 집까지 갔다.
대체 뭐가 뭔지 몰랐다.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날 좋아하고 있단 말과 같은 소릴한 것이다.

머플러에서 풍기는 좋은 향기와 조금 전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집 근처까지 와서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샀다.
그러다 깨달았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였네...


이브에 데이트 권유, 이브에 반쯤 고백.....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추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음료수를 단번에 마신 나는 달렸다.
정말 바보같은 나 자신을 책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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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려서 집까지 왔다.
그리고 그날은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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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 일어나 머플러를 한손에 든채 자전거를 타고 선배네 집으로 향했다.
그 근처는 밭 투성이에 집이라곤 열 채 뿐이니까.
문패를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야노의 집을 찾아냈다.

벨을 눌렀다.
아야노의 어머니가 나와서 바닥 긴장한 나.


나 [아, 안녕하세요. 선배있습니까? 아, 아니, 아야노 씨 있습니까?]

어머니...조금 웃었다.

어어미 [아~아. 지금 자고 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w]

자고 있었던 건가아아아!!
좀 더 늦게 올걸!!

5분 정도 지나 아야노가 나왔다.

아야노 [우리집 어딘지 알고 있었어? w]

나 [저...머플러...돌려주려고...]

아야노 [에? 아, 아하하. 그거 마음에 안들었어? xx가 어떤 거 좋아할지 몰라서. 미안...]

머플러에 쓰인 영어 두 문자, 제 이니셜이었습니까아아아아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까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앗 wwwwwwwww
지금 생각해도 창피해서 죽고 싶어 wwwwwwwwwwww





85

나 [그, 그랬습니까....미안해요...미안해요.....]

아야노 [아니 w 괜찮아, 괜찮아 w 갑자기 이런 거 받아도 기쁘지 않을 텐데.]

나 [아니, 그렇지 않아요. 고마워요. 나, 눈치못채서 미안해요. 고마운데...우...]


그리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울었다.


아야노는 깜짝 놀랄 표정을 짓더니, 잠깐 기다려라고 말하곤 안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뒤 옷을 갈아입은 아야노가 나왔다.

아야노 [기다렸지 w 저기 공원에 좀...]

어리둥절한 채 공원까지 같이 갔다.
그리고 어제 일에 대한 화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아야노가 하는 말만 들었다.

아야노 [나, 벌써 갈 고등학교는 정해졌지만 당분간 못볼거 같아. 공부 때문에 바빠서.]

나 [고등학교 공부는 역시 힘든겁니까?]

아야노 [아니...나 앞으로 해외에 나가고 싶거든.]

나 [...예? 해외에 있는 고등학교입니까?]

아야노 [대학을 해외로 가려고.]



....그런 거 못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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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니 대학을 아시아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것 같았다.
어떤 나라로 갈 거냐 물어보니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굉장히 싫었다.
그때 나는 또 조금 울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도망치려는데 아야노가 등뒤에서 날 꼭 껴안았다.


우리 두 사람은 아무말도 안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눈물은 계속 흘렀다.

아야노가 내 몸을 돌려 정면으로 마주보며 꼭 껴안아줬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작기 떄문에 내 얼굴을 아야노의 가슴에... (이하 생략)

조금 솟아오른 텐트를 숨기면서 울었다.




그 날 이후 여러가지가 바꼈다.





89

그 날 이후 어째선지 아야노는 날 피했다.
용기를 내서 편지를 써 건네줬지만 답장이 없었다.

뭔가 미움살 짓을 한 건가, 고민하는 사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아야노는 졸업했다.





93

마음속 깊이 아야노에 대한 그리움을 숨긴 채 아야노가 없는 중학교 생활을 적당히 즐겼다.
연락을 하고 싶어도 연락처를 모르니까 별 수 없었다.
그 무렵, 별로 쓸 일은 없었지만 휴대폰을 갖게 되었다.
동성 친구 한테서만 연락이 왔지만 학교에 갈 때는 언제나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다.

3 학년, 봄이 됐을 쯤 카즈미를 봤다.
카즈미 라는 걸 간신히 알아챌 정도로 변해있었다.
생김새도 어른스러워진데다 화장도 하고 스커트도 짧은 걸 입고 있었다.
저쪽도 날 알아챈 듯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카즈미 [혹시 xx? 굉장히 오랜만이네 ww]

시끄러워.

카즈미 [아야노랑은 잘 나가? ww]

모르는 건가?

나 [아니, 졸업한 이후 못 봤습니다.]

카즈미 [그럼 아야노 메일 주소 알려줄까?]

....당신은 신입니까?





그렇게 아야노의 메일 주소를 손에 넣었다.






96

대체 몇년만인 걸까.....

하지만 벌써 고등학생이니까 남자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고...귀찮아 할 수도 있고...
이런 고민을 하면서 계속 연락을 못했다.

그러다 메일 주소를 안지 이틀 뒤, 메일을 보내봤다.

[오랜만입니다. xx 입니다. 기억나세요?]

아무런 재미도 없는 메일이었다.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어 OTZ





98

다음날 아침, 메일이 왔다.
아야노에게서,

[오랜만~ 간신히 연락이 됐네 ww 그리운걸 w]

지금까지 굳이 의식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녀와 만날 수 없게 된 이후,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메일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날 보며 걱정해주셨다.
그리고 그 날, 난생 처음 꾀병을 부려 학교를 쉬었다.

아야노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추억에 대한 이야기나,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하지만 이브날에 대한 화제는 꺼내지 않았다.
다음날 크리스마스에 대한 것도.

그리고 아야노가 남자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는 걸 알게됐다.
어째선지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100

나는 확실히 둔한 녀석이다.

아야노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2학년이 시작될 때쯤 아야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야노「오랜만 w xx에게 할말이 있는데 모레 아침에 볼 수 있을까?]

물론 OK했다.
나도 고등학생이 됐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을지 대충 예상이 됐다.
여자에게 고백을 하게 하다니, 나랑 녀석은 정말 한심하구나.





103

당일날, 아침 8시에 약속 장소에 나갔다.

5분 정도 뒤, 아야노가 왔다.

아야노 [늦어서 미안 w 그런데 카즈미는 아직 안왔어?]

.....예?

그 후 서로 아무 말 없이 5분 정도 있자니 카즈미가 왔다.

카즈미 [아...xx 왔어? 괴로울 텐데...]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당신은.

아야노 [...아직 말 안했어.]

....저기 아야노 씨, 그러고 보니 그 여행 가방은 대체 뭡니까?





105

아야노 [나 오늘 말레이지아로 유학가.]

그런 소리 못 들었어.

싫어. 어째서.

말레이시아는 대체 어디야?

나 [에.....]

아야노 [예전에 유학가고 싶다고 말했지? w 지금부터 노력하려구.]


나 진짜로 울었다.
사람들 많은 역 앞에서
고등학생이 진짜로 울었다.





106

나는 도망쳤다. 그 장소에서.
눈앞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서, 그대로 도망쳤다.

이후로도 아야노나 카즈미는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됐다.
물론 아야노를 한번도 잊지 않았다.
몇번 여자 친구를 사귈 기회가 있었지만, 전부 거절했다.

나는 아야노를 따라 유학을 갈 생각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다 관련 추천도 못받았기에 나 스스로 학교를 찾아야 했지만.
무작정 말레이시아 땅을 밞았다.
아야노를 만나고 싶었으니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니까.





112

말레이시아의 선웨이라는 대학에 등록했다. 어학과로
하지만 같은 나라에 왔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찾아낼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신이 정말로 있었다.

선생님이 같은 과에 일본인이 3명 있다면서 소개를 해줬는데,




그 3명 중에 아야노가 있었다.





118

아야노는 진심으로 놀란 것 같았다.
이에 나는 거짓말로 해외에 흥미가 있어서 유학왔다고 전했다.

그 날, 일정이 끝난 뒤 따로 만나기로 했다.






182

아야노 [xx, 정말 오랜만이네 w 어떻게 여기에?]

아야노 [그때 유학에 대한 거 숨기기도 했고 아무 말 없이 가버려서 미움받았다 생각했어.]

나 [....그 때는 미안했어요....정말....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나는 또 통곡했다.
아야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겁쟁이인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기껏 여기까지 왔건만.

나 [...미안해요. 그 때는...유학간단 말을 듣고...가는 건 알았지만, 언젠지는 몰라서...]

아야노 [사실은...아무 말 않고 가려고도 했어...왜 w 중학교 때 이브날도 차였잖아 w]

나 [아닙니다!! 나 그때는 눈치채질 못했어요!]

나 [저 그때는 여자랑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어서....]

나 [...부끄럽기도 했고....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왔어요.]





185

나 [나, 아야노 씨를 좋아합니다!!]

나 [기분 나쁘실지도 모르지만, 전하고 싶었어요. 그걸 전하고 싶어서 유학왔습니다.]

나 [아야노 씨와 함께 있고 싶어서...]

나는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며 고백하자고 결정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나는 눈물, 콧물을 있는대로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아야노 [사실...나도 xx 좋아했어. 중학교 때부터 계속 w 운동회때 처음 본 순간, 기억해?]

나 [...예.]

아야노 [그 때 첫눈에 반한 것 같아 ww]

나 [...그렇습니까? 나, 나도 그 날 이후 아야노 씨에 대한 생각만...]

아야노 [아야노라고 불러줘 w 그때 xx가 조그맣게 수고했습니다. 라고 했었는데.]

나 [아...그랬었나요?]

아야노 [응, 그 때 이상하게 기뻐서 말야 w 계속 두근 두근 거렸어 w]





190

솔직히 기억 안났다.


나 [미안해요. 기억 못해서...]

아야노 [괜찮아 w 그리고 존댓말은 그만해.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으니까 w]

나 [예, 아니 응. w]

아야노 [...있지, 나 너 좋아해.]

나 [나도....아야노를 좋아해!!]

아야노 [그럼 우리 사귀는 거네?]

이번에는 아야노도 울었다.
나는 그녀가 어째서 우는지 몰라 당황했다.

나 [에?! 왜?! 어째서?!]

아야노 [간신히 말했네 w 늦어, 이 바보 w ]






193

그 날, 아야노는 학교 근처 10 분 거리에 있는 내집에서 묵었다.
중학교 이후 서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타이타닉 봤을 때, 내가 자폭해버린 일도 이미 알고 있었다.
죽고 싶다.

아야노는 그런 점이 귀여웠다고 말했다.
그런 날 보고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단 생각도 했었다고.

그리고 이브날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198

아야노에게 들은 이야기론,

집까지 에스코트해줘서 기뻤다.
하지만 어떻게 고백해야 될지 몰라서 쩔쩔 맸다.
머플러 건네줄 때도 간신히 용기를 짜낸거였다.
용기를 내서 건네줬건만 다음날 반환.
손으로 짠 머플러였는데...
고백했지만, 차였다고 생각.
그래서 다음날 크리스마스에 만났을 때 꼭 껴안는 걸로 끝내려 했다.


나 그 이야기를 듣고 또 울 뻔 했다.





201

즉, 오랜 시간동안 우리들은 계속 엇갈려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이제부터 함께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날 함께 잤다.
이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평범한 커플들처럼 보냈다.
함께 버스로 싱가폴이나 타이에 가거나.
일본에 일시 귀국했을 때는 서로 상대 부모님에게 소개되었다.

아야노쪽 부모님은 나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었지만.
그러다 올해 봄, 아야노가 대학을 졸업했다.
나는 단지 영어만 공부하고 싶었으니까, 같은 시기에 졸업했다.





207

아야노는 이미 말레이시아에 있는 일본계 기업에 이력서를 내서 취업이 확정됐지만,
나는 아직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야노는 일본에 들어가서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결혼할 생각이었다.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귀국 후, 아야노나 나는 각자 자기 일을 하며 달콤한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여행을 간 적은 있어도
동거는 처음이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같이 있었단 느낌도 들었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욕실도 함께 쓰는 게 거북했다.

하지만 점차 우리들의 생활도 순조롭게 변해
침대에서 가위바위보로 어느쪽이 팔베게를 하느냐, 라는 걸 겨루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여름.






221

아야노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해서, 에노시마에 갔다.
이때쯤에는 그녀와 같이 있는 생황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무엇을 하던 간에 즐겁워서.
정말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꼈다.
바다에 가기 전엔 둘 다 수영할 생각이 없었지만,
실제로 와보니 헤엄치고 싶어져서, 그걸로 투닥 거리거나
돌아갈 때도 급행 전철을 타는 게 좋으냐, 아니냐도 투닥 투닥.
나, 작은 일이지만 행복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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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고 싶었지만...에노시마는 바다가 더럽기도 하고 수영복이 비싸
결국 바다에는 못 들어갔다.
그걸 싸운 끝에...

아야노 [그럼 내일 오오시마 안가볼래?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어 w]

오오시마는 도쿄에서 고속 페리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섬으로 바다가 깨끗하다는 것 같다.

나 [하지만 티켓 예약도 해야 되고, 내일 꺼는 예약이 안돼.]

그러자 아야노는 체념 모드.
하지만 나는 아야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였는데, 어머니가 카와가와 근처에 살고 있었기에
잠시 들러서 티켓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때는 추석 때쯤이라 어머니 집에 우리 형네 애들 두 명이 놀러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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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노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이, 티켓에 대해 알아봤지만
최소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된단 것만 알게 되었다.
아야노의 휴일은 내일까지니까 결국 불가능.

어머니 [수영장은 어때?]

아야노 [그거 좋겠네요. xx 수영복 사러가자~]

아이 [수영장 간다!!]

여름철이라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았지만, 벌써 가자는 분위기가 되버려서
어쩔 수 없이 근처 있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 날 오후는 수영복을 사거나 쇼핑을 한 뒤, 어머니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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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수영장에 갔다.
에노시마에선 수영할 수 없었으니까, 여기선...

그런데 나는 여자친구라고 아야노 밖에 없고, 이런 유원지나 수영장에
여자 친구와 같이 오는 건 이야기로 밖에 못들었어.

그래서 왠지 들뜨는 바람에 워터 슬라이더에서 몇번이나 같이 내려오거나 하곤 했다.
그늘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유수 풀에서 장난 치기도 했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쇼핑도 잔뜩했다.
돈을 너무 쓴다고 다투기도 했어. 행복했다.
너무나...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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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전철로 집까지 돌아왔다.
수영장 갔다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엄첨 지치잖아.

아야노도 피곤했는지, 전철 안에서 잘 잤어.

이건 무슨 드라마의 한장면일까 w
이런 생각을 했어.
그리고,








아야노는 눈을 뜨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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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역에서 전철을 내려, 역무원이 황급히 구급차 불러 줬지만.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어.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뒤, 그녀의 부모님이 도착했다.
부모님이 오는 건 드라마로 자주 봤지만...나 연락 안했는데...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아야노의 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야노의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심근 경색이라는 구나.]





심근경색? 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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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 동맥의 혈류가 느려져
심근에 국소적 빈혈이 일어나 세포가 괴사한 상태
통상적으론 급성으로 일어나는 급성 심근경색을 이른다.







298

다음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운동을 자주 안하는 사람이 몸을 격하게 움직이거나. 수영장같은 곳에서 숨을 자주 참거나
한층 더 극도로 피로할 경우 심근경색이 될 확률이 올라간다고....










원인은....나인가...





317

그녀의 아버지가 이제 괜찮으니까 오늘은 돌아가라고 말했다.
아야노는 자신들이 보고 있겠다면서.


그 말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그 날 밤 나는 아야노의 옷을 껴안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칭찬받으려고 방청소를 했다.
접시 닦았다.
세탁을 했다.

훌륭하다고 칭찬 받고 싶어서, 또 머리 쓰다듬어줬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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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래켜 주려서 비밀리에 봤던 면접.

채용됐단 통지서를 멍하니 내려다 봤다.

아야노가 좋아해주겠지?
집 청소도 했고, 취직도 했으니까.

왜 아직도 안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또 아야노 옷을 끌어 안고 잤다.





337

다음날, 전화 벨 소리에 눈을 떴다.
확인해보니 착신 횟수만 8번.
모두 아야노에게서 온 전화였다.

다행이다. 칭찬받을 수 있어.
일단 사과하자.
그리고 언제나 처럼 응석 부리는 거야.

전화를 걸었다,







어째서 그녀의 아버지가 받는걸까.





337

휴대폰 전원을 끄고 고향에 가봤다.
아야노와 이야기를 나눴던 역 앞.
머플러를 받았던 길거리.
꼭 껴안아줬던 공원.
아야노의 집앞까지 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374

결심했다.
아야노에게 전화를 걸기로.


나 [여보세요...아야...]

아버지 [...xx인가?]

나 [......]

아버지 [.....이제 알고 있지않나....]

나 [뭘.....]








아버지 [아야노는 행복했다고 생각하네. 그 애 방에서 옛날 자네와 교환하던 편지를 찾았어.]

아버지 [전부 깔끔하게 보관되어 있었네.]

나 [...어제...어제 괜찮다고 했잖아요!! 보고 있겠다고 했잖아요!!]

나 [아야노는..아야노는 어디 있어!!]

울면서 외쳤다.






396

나 [...아야노 어디있습니까...]

아버지 [...잠깐 만나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나 [...예...]


그리고 역앞에서 그녀의 아버지와 만났다.

불안했다.
아야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아야노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데.
아야노를 보고 싶은데.

빨리 볼 수 있게 해줘.



아버지 [아야노는...행복했을 거야. 자네는 그 애를 끝까지 행복하게 해줬어.]

나 [......]

아버지 [이거...아야노가 자네한테 썼던 편지 5통. 아내가 자네에게 건네주라고 해서...]

나는 아무 말도 안하고 편지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를 자기 차에 태웠다.





403

도착한 곳은 그녀의 집이었다.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다.
뭐하는 거야.

어째서 아야노 사진을 올려놓은 거야.
의미를 모르겠어.

아야노는....편안한 얼굴로....
평소에는 거의 하지도 않던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한 채...





조용하게 자고 있었다.





414

경찰한테 나한테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 받았다.
그리고 다음에 전화해달라며 그녀의 아버지한테 전화 번호를 건네 받았다.

밤에는 예전에 봤던 사람들과 만났다.
2살 연상의 선배들.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
빨리 아야노와 둘이서 있고 싶다.

방을 청소한 것.
접시 닦은 것.
세탁한 것.
취직한 것,

전부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다음날, 나는 고별식에는 가지 않았다.
작별할 수 없었으니까.

지금도 내방에는 아야노의 물건들이 가득 차 있다.

편지는.....아직 읽지 않았어.....


읽을 용기가 없어서.....





425

편지
읽고 왔다.
잠깐만 시간을 줘.





449

12월 4일

갑자기 이상한 편지, 미안해
그리고 카즈미한테 부탁해서 건네준 거 미안해.
만약 괜찮다면 xx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고...
편지 교환 안할래?





452

12월 7일

이걸로 끝낼까...
몇번이나 편지 보내서 미안.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편지, 싫으면 싫다고 카즈미한테라도 말해줘.





459

12월 15일

그럼 xx는 아직도 여자 친구 없는 거네 (웃음)
나 노려도 괜찮은 건가? (웃음)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괜찮다면, 이브날 데이트 하자.





466

12월 24일

오늘, 즐거웠어.
내가 멋대로 착각한 건가...
머플러로 알아채줄 꺼라 생각했는데, xx는 나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네 (웃음)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있어줘! 나도 잊을테니까!





472

2월 14일

오늘, xx를 위해서 처음으로 수제 초콜릿 만들었어!

제대로 먹어야 돼?
진짜 초콜릿 이니까 (웃음)

나 xx, 진짜 좋아해.






489

그 때부터 엇갈렸던 건가....
울고 싶다.
분하다.

낚시가 아냐.
최근 vip에서 여자 친구한테 메일 보낸다던가 하는 내용이 많아서...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
좀 더 소중히 해줬으면 해서 세운거야.






500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해서, vip에 스레 세웠다.

스레가 사라지는 게 빠르지만...
사라지고 나면 볼 수도 없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543

장시간 읽어줘서 고마워.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전해졌으려나?

소중한 사람이 있는 사람은 사소한 시간이라도 소중히 여겨줘.
없는 사람도, 분명 그럼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그때를 소중히.


그럼, 이만.





581

이제 안쓸 생각이었지만....
역시 혼자 있는 건 괴롭다.
내방에는 아직도 아야노의 물건이나 옷이 있다.
보고 있자면 괴로워.
물건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은 갑자기 사라질 수 있어.
예고도 없이.
너희들, 지금을 소중히 여겨줘.






729

생일날 돈도 별로 없으면서 무리해서 비싼 케잌 사가지고 왔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741

칠석날, 이런 걸 써서 진짜 혼났었지....










758

이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이 안와.
하지만 견뎌내야겠지.






761

모두들 정말 고마웠어.
그럼 안녕.